크론병 초기 증상, 저는 이 신호들을 19년 전에 놓쳤습니다

안녕하세요. 크론병 진단을 받은 지 19년 된 30대 직장인이자, 이제 15개월 아기의 아빠입니다.
이 블로그의 첫 글을 뭘로 쓸까 고민하다가, 결국 처음 이야기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이 글을 검색해서 들어오신 분이라면 지금 몸에 뭔가 이상 신호가 있어서, 혹은 가족의 증상이 걱정돼서 오셨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놓쳤던 신호들을 먼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있었던 신호

저는 어릴 때부터 유독 배가 아픈 날이 많았습니다. 참다못해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까지 했는데, 결과는 늘 똑같았어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문제가 없다는데 배는 아프니까, 주변에서는 꾀병 취급을 받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게 참 억울했어요. 정말 아팠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이게 첫 번째 신호였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데 복통이 반복된다 — 크론병은 초기에 일반 초음파나 엑스레이로는 잘 안 잡힙니다. 저처럼 “이상 없음”을 몇 번 듣고 나면 병원 자체를 안 가게 되는데, 그게 제일 위험했습니다.
스무 살, 증상이 폭발하다

대학교 2학년 때 기숙사에서 나와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공용 주방이 부담스러워서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고, 원래도 밥 먹는 걸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라 식사가 엉망이 됐죠.
고시원 생활 두 달쯤 됐을 때였습니다.
- 밥을 먹는 도중에 설사가 나와서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고
- 장에 가스가 차서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이어졌습니다
주말마다 동네에서 용하다는 내과를 다 돌았는데, 전부 “원인을 모르겠으니 큰 병원 가보세요”라는 답이었어요.
결국 2차 병원에서 입원 권유를 받았고, 갑작스럽게 휴학까지 하면서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처음 들었습니다. 크론병.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이니 그때는 정말 생소한 병명이었고, 스무 살짜리한테는 더더욱요.
이후 3차 병원(아산병원)으로 옮겨 최종 확진을 받았습니다.
제가 겪은 초기 증상 정리
제 경험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원인 불명의 반복되는 복통 — 검사해도 이상 없다는 말만 들음
- 식사 중에도 터지는 설사 — 며칠이 아니라 몇 주 이상 지속
- 가스가 차면서 오는 극심한 복통
- 마른 체형 + 잘 늘지 않는 체중 — 저는 원래 마른 체질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영양 흡수가 안 되고 있던 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크론병 초기 증상은 이 외에도 혈변, 지속되는 미열, 피로감, 항문 주위 질환(치루·치열이 반복되는 경우) 등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10~30대 젊은 나이에 설사와 복통이 4주 이상 계속된다면, 일반 장염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해요.
이 글에서 꼭 가져가셨으면 하는 것
“이상 없음”이라는 검사 결과가 “괜찮음”을 뜻하지는 않았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원인을 못 찾는 복통과 설사가 계속된다면, 소화기내과가 있는 큰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신호가 온 뒤로도 한참을 버티다가 진단을 받았고, 그 뒤로도 몸을 방치해서 결국 장을 1m 잘라내는 응급수술까지 갔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하겠습니다.
혹시 지금 비슷한 증상으로 검색하다 이 글까지 오셨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19년치 시행착오에서 아는 만큼은 답변드릴게요.
※ 이 글은 개인의 투병 경험 기록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소화기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