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활동기 신호를 3달 무시했더니,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지난 글에서 크론병 진단까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반대편 이야기입니다. 진단받고 한참 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 제 몸으로 겪은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장에 구멍이 뚫려(천공) 복막염으로 응급수술을 받았고, 배를 17cm 절개해 장을 1m 잘라냈습니다. 3주간 입원했고요. 그런데 그 전에, 몸은 분명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무시했던 신호들

수술 3달 전부터 이런 날이 반복됐습니다.
- 배에 가스가 가득 차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 허리까지 아파서 잠들기 힘든 밤
그런데 이상하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씻은 듯이 괜찮아졌습니다. 그러니 저는 “자연치유 됐네” 하고 넘어갔어요. 그런 날이 두 번, 세 번 반복됐는데도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활동기의 경고였습니다. 괜찮아졌다가 다시 아프기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신호였는데, 저는 ‘나았다’는 쪽만 믿고 싶었던 겁니다.
터진 날
3달 뒤 어느 날, 전날부터 배가 심상치 않게 아팠습니다. 가스가 차오르더니 구토를 했는데, 나온 게 초록색이었어요. 위액은 노란색인데 이상하다 싶었지만, 복통이 너무 심해서 그걸 따질 여유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병원에서 담즙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장이 막혀서 역류한 거였죠.)
그 상태로 밤을 새우고 출근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제일 미련했던 부분입니다. 점심에 회사 근처 내과에서 약을 받았지만 소용없었고, 반차를 내고 집에 누웠다가 밤 12시에 결국 택시를 불러 응급실로 갔습니다.
엑스레이를 본 의사가 다급하게 뛰어왔습니다. 복막염 의심, CT 촬영, 그리고 응급수술 결정. 저는 응급실 가는 택시 안에서도 ‘수액 맞고 내일 연차 쓰고 쉬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새벽 4시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빠, 놀라지 말고 들어봐”가 첫마디였습니다.
활동기, 이렇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수술 이후로 저는 몸의 신호를 등급으로 나눠서 봅니다. 제 개인 기준입니다.
주의 단계 (병원 예약을 앞당김)
- 가스 참이 이틀 이상 반복될 때
- 특정 음식이 아닌데도 무른 변이 계속될 때
- 이유 없는 피로감이 일주일 이상 갈 때
바로 병원 (참지 않음)
- 밤에 잠을 깰 정도의 복통
- 구토, 특히 색이 이상한 구토
- 혈변, 발열
예전의 저는 이 모든 걸 “하루 자면 낫겠지”로 뭉갰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크론병에서 ‘저절로 나았다’처럼 보이는 날은, 병이 물러난 게 아니라 잠시 쉬는 날이라는 걸요.
이 글을 쓰는 이유
수술로 잘라낸 장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장이 1m 짧은 채로 평생을 삽니다. 흉터도 평생 남고요.
그런데 그 수술은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3달 동안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다 무시했으니까요. 혹시 지금 “요즘 좀 이상한데, 근데 또 괜찮아지긴 해”라는 상태라면 — 그 문장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처럼 되지 마세요.
※ 이 글은 개인의 투병 경험 기록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위 ‘개인 기준’은 저의 경험칙일 뿐이니, 증상 판단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