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제제를 몇 번이나 거절한 크론병 환자의 기록 — 그리고 지금의 생각

생물학제제를 몇 번이나 거절한 크론병 환자의 기록 — 그리고 지금의 생각

오늘 글은 영양제 시리즈보다 무겁습니다. 크론병 치료에서 가장 큰 갈림길 중 하나인 생물학제제 이야기, 그중에서도 그걸 몇 번이나 거절해온 환자의 기록입니다.

시작 전에 분명히 합니다. 이 글은 생물학제제를 권하는 글도, 말리는 글도 아닙니다. 치료 결정은 오직 주치의와 환자가 하는 것이고, 저는 한 사람의 선택 과정과 그 결과를 보여드릴 뿐입니다. 그리고 미리 말하면 — 제 선택이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는 왜 거절했나

주치의는 저에게 생물학제제(레미케이드, 스텔라라 같은 약들)를 여러 번 권했습니다. 염증 수치가 좋아지지 않고 출혈도 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매번 거절했는데,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평생 주사라는 부담. 제가 권유받던 방식은 스스로 허벅지에 주사를 놓는 것이었고, ‘평생’과 ‘주사’라는 두 단어의 조합 앞에서 저는 계속 물러섰습니다.

둘째,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면역에 작용하는 약이라는 설명이 무서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는 부작용의 위험은 크게, 치료하지 않는 것의 위험은 작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셋째 이유가 사실 제일 컸을지도 모릅니다. “곧 더 좋은 치료제가 나올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 그렇게 기다린 시간 동안 제 장은 조용히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거절의 대가

이 블로그를 처음부터 읽으신 분은 아실 겁니다. 저는 결국 장 천공으로 응급수술을 받았고, 장을 1m 잘라냈습니다.

수술이 생물학제제를 거절한 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는 압니다. 저는 치료 강화를 권유받던 시기에 치료를 강화하지 않는 쪽을 반복해서 골랐고, 술과 담배와 나쁜 식습관을 유지했고, 그 시간의 끝에 수술대가 있었습니다. 거절 자체보다, 거절해놓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같은 갈림길에 서 있는 분께

생물학제제를 권유받고 검색하다 이 글에 오신 분이 있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답이 아니라 질문 목록입니다. 제가 그때 주치의에게 물었어야 했는데 묻지 않은 것들입니다.

  1. 지금 치료를 유지할 때와 강화할 때, 각각 예상되는 경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2. 부작용은 실제로 어떤 빈도로, 어떤 수준으로 생기나요? (막연한 공포와 실제 수치는 다릅니다)
  3. 주사가 부담스러우면 다른 투여 방식이나 다른 선택지가 있나요?
  4. 결정을 미룬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언제 다시 판단하나요?

저는 이 질문들 대신 침묵과 회피를 골랐고, 그게 제일 나쁜 선택지였습니다.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주치의와 충분히 싸우듯 물어보고 결정하세요. 그 대화 자체가 치료의 일부입니다.

지금의 나는

수술 이후 저는 치료를 대하는 태도를 바꿨습니다. 정기 진료를 거르지 않고, 수치를 직접 확인하고, 권유받는 선택지는 그 자리에서 질문으로 맞받습니다. 생물학제제에 대한 생각도 예전 같은 반사적 거부는 아닙니다. 필요한 시점이 오면,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저 질문 네 개를 들고 결정하려 합니다.

혹시 같은 고민을 지나오신 분들 — 받아들인 분이든 거절한 분이든 — 그 과정이 어땠는지 들려주시면, 지금 갈림길에 선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이 글은 개인의 치료 선택 경험 기록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생물학제제 등 치료 결정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특정 의약품에 대한 권유·평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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