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 한 달, 서른 개의 글을 쓰고 나서
한 달 전, 첫 글을 올리면서 속으로 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한 달, 서른 개.” 오늘이 그 서른 번째 글입니다.
왜 시작했나

저는 19년째 크론병과 살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일 아쉬웠던 건 치료제도 식단도 아니고, 먼저 겪은 사람의 구체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진단받던 스무 살, “크론병”을 검색하면 무서운 의학 정보 아니면 막연한 위로뿐이었습니다. 산정특례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 회식 자리에서 어떻게 버티는지, 장정결은 몇 번 해도 힘들다는 것, 그런 구체적인 것들은 아무도 안 알려줬습니다. 전부 몸으로, 시행착오로 배웠습니다.
이 블로그는 그 시행착오의 기록입니다. 19년 전의 저 같은 사람이 검색하다 도착했을 때, “아,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구나”가 되었으면 해서요.
한 달간 쓴 것들
서른 개의 글을 세 갈래로 썼습니다.
- 병과 제도 — 초기 증상부터 응급수술 기록, 산정특례 신청·재등록, 병원비, 보험까지
- 식탁 — 안전식, 활동기 식단, 저포드맵, 외식·편의점 생존법
- 일상 — 직장생활, 술과 회식, 여행, 그리고 15개월 아기 육아까지
쓰면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기록은 독자보다 기록하는 사람을 먼저 바꿉니다. 글로 쓰려고 제 식단과 루틴을 들여다보니, 대충 하던 것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블로그가 저의 관리 도구가 된 셈입니다.
고마운 분들
한 달간 서로이웃을 맺어주신 분들, 댓글로 각자의 시행착오를 나눠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특히 같은 병을 앓는 분들의 댓글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이 방향이 맞다”는 신호였습니다. 혼자 쓰는 일기였다면 한 달을 못 갔을 겁니다.
다음 달의 계획
- 식단과 루틴 글을 계속 쌓습니다 — 특히 계절이 바뀌면 크론병 환자의 식탁도 바뀌니, 그 기록을요
- 댓글에서 나온 질문들을 글로 — 받은 질문 중 답이 길어지는 것들은 한 편씩 정리하겠습니다
- 묻고 싶은 것: 다음에 다뤘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이 글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달 목차는 여러분이 정해주시는 셈입니다
한 달 전의 저처럼 이제 막 진단받고 이 블로그에 도착한 분이 있다면 — 첫 글부터 천천히 읽어보세요. 그리고 기억해주세요. 활동기가 와도,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오늘도 관해기입니다.
※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개인 경험 기록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