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 환자의 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 속초 단골 여행자의 파우치 공개

크론병 환자의 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 속초 단골 여행자의 파우치 공개

크론병이라고 여행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속초에 나만 아는 단골 숙소가 있을 만큼 여행을 다니는 환자입니다. 다만 우리의 캐리어는 남들과 조금 다르게 싸야 합니다. 19년간 업데이트해온 체크리스트를 공개합니다.

파우치 1: 약 (가장 중요)

  • 평소 복용약 + 여행일수의 2배 — 하루 이틀 발이 묶이는 상황(기상, 교통)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 약은 반드시 기내용/휴대 가방에 — 위탁 수하물 분실은 남 일이 아닙니다
  • 처방전 사본 or 처방 내역 앱 캡처 — 국내는 약 이름만 알아도 대처가 되지만, 해외라면 영문 처방전·소견서까지
  • 지사제, 진통제 등 상비약 — 주치의에게 “여행 가는데 비상시 뭘 먹으면 되냐”고 미리 물어 처방받아 두면 최고의 보험입니다

파우치 2: 비상 식량

숙소 주변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전제로 쌉니다.

  • 죽 파우치 2~3개 — 전자레인지 없는 숙소 대비 데우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타입 포함
  • 누룽지 —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는 만능
  • 이온음료 분말 스틱 — 부피 없이 전해질 확보
  • 바나나 두어 개 — 첫날 간식 겸 비상식

파우치 3: 만약의 사태

  • 휴대용 물티슈·손소독제
  • 여벌 속옷 1~2장을 ‘당일 가방’에 — 캐리어 말고요. 필요 없기를 바라지만,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하면 장도 편합니다
  • 비닐 지퍼백 몇 장
  • 보조배터리 — 화장실 지도 검색은 배터리가 생명입니다

준비물보다 중요한 것: 일정 설계

  • 이동일엔 일정을 비웁니다 — 이동 자체가 장에게는 업무입니다. 도착 첫날 저녁은 무조건 죽·백반 계열로
  • 화장실 접근성으로 숙소를 고릅니다 — 저는 게스트하우스 공용화장실보다 방에 화장실이 있는 숙소를 고집합니다. 제가 속초 같은 숙소를 계속 가는 이유도, 바다가 보여서만이 아니라 검증됐기 때문입니다. 낯선 곳의 밤에 장이 요동칠 때, 검증된 화장실만큼 든든한 게 없습니다
  • 하루 한 끼는 아는 메뉴 — 여행지 별미는 하루 한 번까지만 모험하고, 나머지 끼니는 국밥·백반·구이 같은 검증된 카테고리로 (외식 지도 글 참고)
  • 무리한 새벽 일정 금지 — 아침 장 루틴을 지킬 수 있는 일정이 좋은 일정입니다

여행이 가르쳐준 것

수술하고 회복하던 시기, 저는 ‘앞으로 여행 같은 건 어렵겠지’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준비물 파우치 하나와 일정 설계 요령만 있으면, 크론병 환자의 여행도 얼마든지 평범하게 즐겁습니다. 포기해야 하는 건 여행이 아니라 무계획이었습니다.

환우 여러분의 여행 필수템은 뭔가요?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특히 해외여행 경험담은 저도 궁금합니다.

※ 개인 경험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여행 전 상비약 처방 등은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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